내가 대학원 입시 원서 접수를 놓치다니!
실패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상상해봤지만, 설마 여기서 발목 잡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전혀 슬프지 않고 오히려 조금은 기쁘다는 사실이었다.
대학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비로소 맛보는 진정한 자유의 맛이랄까.
첫 저장대 컴퓨터공학과 입시 도전
작년 이맘때, 나는 두 달 동안 매일 평균 5km를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 계획을 막 마쳤었다. 그것은 내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시도였다.
그 전후로 보름 정도는 매일 6~7시간씩 여유롭게 공부하고, 달리기를 하거나 딴짓을 하곤 했다. 그 와중에도 대학원 입시 백일 카운트다운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매일 업데이트하며 기숙사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릴 여유가 있었다.
시험이 40여 일 남았을 때, 비로소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전공 과목은 겨우 한 번 훑었을 뿐이고, 어떤 챕터는 아예 보지도 못했다. 선형대수는 절반밖에 못 풀었고, 확률론은 시작조차 못 했으며, 기출문제도 손대지 못했다. 정치 과목은 1000제(문제집)를 한 번 풀어본 게 전부였고, 서술형 문제는 거의 보지 못했다.
한 달이 남았을 때, 평생 시험 때문에 당황해 본 적 없던 나도 드디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째 복습을 할 시간은 없었다.
3주가 남았을 때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복습했던 흔적조차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듯했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래도 한번 발버둥 쳐보기로 했다.
극도로 촉박한 시간과 엉망진창인 복습 상황은 오히려 어떤 계기가 되었다. 마치 벽을 허물고 ‘몰입’ 상태에 들어선 것 같았다. 스스로 ADD(주의력결핍장애)라고 진단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진정한 집중’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당연히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결과
수학 1
수학 1 교재를 통째로 한 번도 다 풀지 못했다. 그런데 그해 수학 1 시험은 근 몇 년간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꼽힐 만큼 예상 밖의 난이도였다. 나는 아는 것을 다 썼다. 목표: 될 대로 되라 결과: 수학 1 90점 / 150점.
정치
정치 서술형 문제는 ‘샤오쓰(肖四)‘라는 교재를 4일 밤낮으로 외웠다. 이해를 바탕으로 외우거나 글자를 쪼개서 외우는 방식으로, 40자의 핵심 단어로 수백 자짜리 답안을 기억하며 대략 7~8문제를 외웠다. 시험 볼 때, 답이 문제 지문에 다 나와 있었는데도 3시간 내내 펜을 놓지 못했다. 목표: 65점 결과: 정치 70점 / 100점.
영어 1
영어 기출문제 독해는 두 번 풀었지만, 핵심 단어는 외워도 잊어버리고, 잊어버려도 또 잊어버리기를 반복했다. 시험에서 독해 문제를 풀다가 졸 뻔했다. 작문은 템플릿을 외워갔는데, 시험장에서는 내 멋대로 자유롭게 글을 써내려갔다. 목표: 70점 결과: 영어 1 68점 / 100점.
전공 과목
전공 과목은 자료 구조 알고리즘은 전혀 복습하지 않았고, 컴퓨터 구성 원리 두 개의 큰 챕터도 보지 못했다. ‘왕다오(王道)‘라는 교재는 한 번만 풀어봤다. 시험에서 15점짜리 알고리즘 문제는 모조리 틀렸다. 목표: 될 대로 되라 결과: 408 전공 과목 106점 / 150점.
총점: 334점 2차 시험 합격선: 361점 해당 전공 지원자 수: 약 2000명
원인 분석
당연히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스스로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객관적 원인:
- 저장대 컴퓨터공학과 지원자 수 폭증
- 재작년 지원자 수 1200명 이상, 2차 시험 합격선 330점 이상; 작년 지원자 수 2000명, 2차 시험 합격선 361점. 전반적인 시험 난이도도 전년보다 높았다.
- 비전공자, 다른 학교, 다른 지역 출신 (삼수생)
- 흔히 말하는 난이도 최상급인 ‘삼수생(三跨考生)‘이었다.
주관적 원인:
-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
- 내가 게을렀다.
- 매일 7시간도 채 공부하지 않았다.
- 겨우 한 번 복습했지만 다 끝내지도 못했다.
작년 시험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한 것은, 단순히 그때를 회상하는 것 외에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다.
대학원 입시는 그리 어렵지 않다
- 나처럼 엉망진창으로 복습했음에도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대학원 입시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공을 바꾸거나 TOP2 대학이 아니라면, 다른 학교들은 대체로 쉽게 합격할 수 있다. 주변에도 그런 사례가 꽤 많다.
- 전공을 바꿔 시험을 보더라도 인기 전공이 아니고 지원자 수가 천 명이 넘지 않는다면, 대체로 합격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500명 이상이 지원하면 많은 편이다.)
- 전공을 바꿔 인기 전공에 지원하는 경우라도, 나보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매일 딴짓만 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 합격했다고 해서 매일 자랑하고 우월감을 뽐낼 필요는 없다.
재수 결정
어차피 전공을 바꾼 것이고, 컴퓨터공학 4대 전공 과목을 기초 없이 시작한 데다, 복습 과정도 너무 여유로웠으니, 시간을 좀 더 준다면 재수(二战)는 분명 문제가 없을 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본격적인 복습은 여전히 7월부터 시작했다. 여전히 여유로운 복습이었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착실하고 꾸준한 여유로운 복습이었다. 이하 생략.
갑자기 원서 접수 기간을 놓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작년처럼 캘린더 알림을 설정해두지 않았다. 몇 분 후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내가 도대체 왜 대학원에 가려고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주요한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이제 각각에 대해 반박해 보려 한다.
- 이직에 유리하다 대학원에 가면 새로운 분야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반박:
- 컴퓨터·인터넷 업계는 이직이 너무 쉽다.
- 몇 달 학원만 다녀도 코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석박사 학위를 마친 후 컴퓨터 분야로 이직하고 싶어 몇 달 관련 지식과 코딩 기술을 독학해서 구글에 취직한 사람도 있다.
- 단순히 이직을 위해서라면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대학원에 갈 필요는 없다.
- 학력 향상 ‘985 프로젝트’ 대학의 석사 학위는 언제나 좋고, 실력을 증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박:
- 나는 명문대 학벌에 대한 강한 집착이 없다.
- 나는 권위를 숭배하지 않는다. 중국의 입시 위주 교육 환경에서 많은 사람이 ‘학업 우수자’에게 막연한 호감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존경심을 품는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잘못된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무의식적인 권위 숭배인 것이다.
- 그렇다면 왜 굳이 저장대여야 했나? 저장대 컴퓨터공학과는 중국 최고 수준이며, 동시에 저장대의 2차 시험은 공정하고 공개적인 것으로 유명하고, 학풍 또한 자유롭고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가장 부모님께 내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고, 내가 남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이 이것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 나는 컴퓨터 관련 연구를 꼭 좋아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 컴퓨터 분야의 연구란 최신 논문이나 관련 서적을 읽고, 강연을 듣고, 실험(컴퓨터로)하고, 논문을 쓰는 것과 다름없다.
- 하지만 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 점은, 그것이 만능 도구이자 내가 조작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그것으로 무언가를 실제로 해낼 수 있고, 그것이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합격하더라도 연구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 연구 방향은 연구실 면접을 거쳐야만 결정된다. 인기 있는 연구실의 인기 있는 교수님은 항상 경쟁이 치열해서, 결국에는 내가 흥미 없는 분야의 연구실로 가게 될 가능성도 크다.
- 대학원생이 아니어도 업계 최신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을 막을 사람은 없다.
- 컴퓨터는 다른 학문처럼 거대하고 전문적인 실험 장비를 구입하거나 엄격한 실험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만 있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 인터넷상에는 컴퓨터 분야를 능가하는 업계 자료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쏟아지는 학습 자료, 잘 만들어진 공개 온라인 강좌, 수많은 훌륭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소스코드. 최신 연구 논문은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컴퓨터에서 논문의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여 자신의 업무에 적용할 수도 있다.
- 석사 학위와 3년의 경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 컴퓨터 업계의 지식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한다.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은 실무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여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 석사 학위 + 무경력 vs 학사 학위 + 3년 경력, 실제로는 후자가 연봉 면에서 더 경쟁력이 있다.
- 대학원은 또 다른 ‘틀’이다.
- 대학원생은 논문 압박이 있고, 마찬가지로 마감(Deadline)이 있으며, 똑같이 등 떠밀려 나아간다.
- 대학원 지도교수는 대개 ‘사장님’이라고 불리는데, 직장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사장님’을 위해 일하는 셈이다.
- 대학이라는 감옥에서 막 벗어났는데, 왜 이렇게 빨리 새로운 ‘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 대학원 진학은 언제 하든 늦지 않는다.
모든 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킨들에 몇 달 동안 쌓여 있던 책들을 다시 읽고, 내 블로그를 마음껏 꾸미고, 사진을 찍으러 가고, 최근 떠오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오래전부터 저장해두었던 컴퓨터 관련 블로그 글들을 다시 꺼내 열심히 연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면의 기쁨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음, 이건 자유의 맛이야. 진정한 의미의 자유.
자유와 행복
내가 추구하는 것들은 사실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유. 둘째, 행복.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내가 어떤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처음에 물리학을 공부했던 것은 물리학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세상 만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리학은 ‘만물의 이치’라 불린다. 이것은 사상적 자유다.
지금 컴퓨터를 배우는 것은, 컴퓨터가 어떤 분야와도 결합할 수 있는 만능 도구이자 실제로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삶의 질을 진정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도구다. 인터넷은 세상의 창문이며,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행동’의 자유다.
자유와 행복은 서로 보완하고, 함께 생겨나고 함께 사라진다. 나에게 있어 자유가 없는 행복은 행복이라 부를 수 없으며, 행복이 없는 자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상하게도, 여러 번 그랬다. 평소에는 우울함과 어둠과 자주 동반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는 언제나 밝고 찬란한 미래를 그린다. 아마 나는 정말 ‘낙천적인 유전자’를 타고났나 보다.
아쉽냐고? 조금은 그렇다. 어쨌든 지금은 전체적으로 1차 복습이 거의 끝났고, 수학은 1.5회독을 마쳐 기출문제를 풀면 안정적으로 130점 이상이 나온다. 1년 동안 손 놓았던 정치는 이제 막 1000제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는데, 객관식 100문제 중 평균 30개 정도 틀린다. 틀린 문제들은 주로 논리성이 전혀 없어 통째로 암기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8월에는 PAT 알고리즘 문제은행을 다 풀었다. 그리고 지금 시험까지 50일 남았다.
이 시간들이 다 낭비되었을까? 아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쓸모없는 것을 배우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내가 실제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복습한 부분들은 앞으로의 학습이나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미적분, 선형대수, 확률론은 모두 데이터 과학과 머신러닝의 이론적 기초이며, 풀어본 알고리즘 문제들은 업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4대 전공 과목을 다 배우면서 이 부분의 기초는 컴퓨터공학과 학부생 수준에 도달했다. 그 외 정말 쓸모없는 것들, 예를 들어 정치는 아예 시작도 안 했다. 게다가 이 기간에 나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9천 위안을 벌어 카메라를 샀으니, 손해 볼 것 없다.
물론 당신은 이 모든 것이 실패에 대한 나의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뭐?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나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방금 어떤 글을 봤는데, 글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었다.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 centerquote %}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해져라. 18살에 졸업하지 못했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어떻고, 몇 살에 백만장자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또 어떤가. 이 세상을 발견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과정을 즐겨라. {% endcenterquote %}
당신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 나 역시 언젠가 이렇게 중요한 시험을 놓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날 나는 자연어 처리 관련 논문 한 편을 읽고, 튜토리얼을 보며 크롤링을 배워 백과사전 단어들을 긁어모았다. 블로그를 다시 꺼내 글을 썼고, 요컨대 컴퓨터를 켜면 더 이상 휴대폰을 만지고 싶지 않았다.
원래는 인생이 짧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순간 처음으로 인생이 길다고 느꼈다. 나는 이제 겨우 22세이고, 아직도 창창한 시간이 많다.
{% centerquote %} 새옹지마. {% endcenterquote %}